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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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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칼럼

제목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 2021-01-29 10:46
작성자 Level 10

1. 

첫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첫 글을 쓰려고 컴퓨터 화면을 띄워두면 이런저런 감정들이 사납게 오간다. 


글이 어려운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서사분석에 관해서 써야 하나, 관계서사분석에 관해서 써야 하나...관계서사분석을 쓰려면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세계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관계형성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기의적 세계와 기표적 세계...?


좁은 수도꼭지로 한 번에 쏟아지려는 많은 양의 물처럼, 방대한 사고와 감정들이 첫 글을 통해서 다 쏟아지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컴퓨터의 화면을 닫는다. 혹은 체념하는 마음으로 아무 글이나 쓰게 된다. 그러한 체념들은 글의 분량을 채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내가 진정으로 써야할 글을 쓰게 하지는 못한다. 


첫 글을 쓰면서 글의 마지막을 동시에 생각한다. 이래서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모든 인간은 한 번에 하나의 문장 밖에 쓸 수가 없다. 전업 작가도, 아마추어 작가도, 심지어 일기를 쓰는 초등학생에게도 시간은 공평하다. 


2. 

시간은 선형으로 흘러간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순간들 속에 확정된 형태로 존재하고 미래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 속에 불확정된 형태로 존재한다. 이것이 통상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시간이다. 


그러나 시간에 대한 관념이 무너진 사람들이 있다. 중증도가 높은 신경증이나 정신증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험공부를 하는 수험생들, 마감에 쫓기는 작가들... 우리 일상에도 어느 순간에 시간에 대한 관념이 무너진 사람들이 종종 존재한다. 시간에 대한 관념이 무너진 이유는 대체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래는 불확살한 상태로 존재하기에, 때때로 우리는 불확실적인 미래를 불안해하게 된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든 하지 않든 시험의 당락에 대한 불확정성을 일거에 해소할 수가 없고, 작가들은 자신이 쓰려는 작품에 담겨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작품의 처음 쓰면서 마지막을 함께 근심한다. 


이들의 시간은 선형이 아니라 공존이다. 이 게시판에 첫 글을 쓰려는 나 또한 그러하다. 


과거 겪은 경험들과 그 경험들로 인해서 만들어진 소명, 그리고 미래에 내가 독자들에게 전달할 많은 의미 있는 내용들. 이것들이 일거에 현재로 쏟아지기에, 좁은 수도꼭지로 존재하는 현재는, 오직 한 순간에 한 문장만 허용된 이 글은, 그 공존하는 시간의 힘을 견뎌내지 못한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지나간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다가올 미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그대로 품으면서, 오직 현재 자신이 쓸 수 있는 한 문장에 집중하는 것. 


해야할 일이 추상적인 일이고, 아직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 등장하는 초상화 작가는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초상화'를 그려야한다. 그리고 그 때 그는 시간이 자신의 편이 된다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그러하기를 소망한다. 


막막한 무기력 속에 빠져 있는 누군가가, 그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첫 걸음은 바로,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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